길게 늘어진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남도의 가을 문턱은 해가 지지 않아도 붉게 물든 노을처럼 황홀하다. 골프 코스의 시대를 역행하듯 강진만을 지나 순천만에 닿으면 어느덧 짙은 가을의 정취에 물든다. 당신이 조금 더 멀리 골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다. "근디 으디 갔다 온다냐?" 골프 코스 답사를 위해 카트를 타고 지날 때다. 라운드에 방해가 되지 않게 카트 도로를 지나던 중 정중하게 목례를 한 경기과 직원을 향해 한창 플레이를 하던 나이 지긋한 회원의 정겨운 한마디. 무심하게 던진 구수한 사투리 뒤로 숨기듯 미소 짓는다. 그렇게 두 홀을 지나자 쓰러질 듯 허리가 90도로 꺾인 한 노인이 페어웨이를 지나 클럽을 들고 그린을 향해 걷고 있다. 그린 근처에 다다르자 연습 스윙도 없이 가볍게 툭 칩 샷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