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역사… 그 위대한 순간들>21세 美 스피스, 1923년이후 US오픈 사상 최연소 우승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스피스 5언더 선두로 경기 마치고
4언더 존슨, 18번홀 이글퍼트 실패
버디퍼트도 빗나가 연장전 무산…
한해 마스터스 이어 메이저 2연승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 시애틀의 태평양 바닷가에 조성된 챔퍼스베이골프클럽에서 처음 열렸던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US오픈. 바다를 끼고 나무 한 그루 없이 오직 갈대와 모래로만 만든 링크스 코스로 마치 스코틀랜드 골프장을 연상케 한다.
3라운드에서 호주의 제이슨 데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브랜던 그레이스, 그리고 미국의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스가 4언더파로 공동선두. 가장 어린 3년 차 스피스가 유일하게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을 지녔다. 스피스는 불과 2개월 전 열린 마스터스에서 21세에 정상에 올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메이저 챔프 반열에 올랐다.
미국의 조던 스피스가 지난 2015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며 활짝 웃고 있다. USGA 홈페이지
스피스와 그레이스가 앞 조에서 출발했고 데이와 존슨은 마지막 조로 편성됐다. 존슨은 전반에 2타를 줄여 여유 있게 단독선두를 달렸다. 앞 조의 스피스와 그레이스는 홀마다 똑같은 스코어를 작성하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둘은 출발할 때와 같은 4언더파를 유지하더니 15번 홀까지 1타씩 줄여 5언더파로 동타를 이어갔다. 그런데 존슨이 후반 들어 갑자기 샷 난조에 빠졌고 10번 홀부터 3연속 보기를 쏟아내 앞 조의 둘에게 뒤지기 시작했다. 스피스와 그레이스의 승부처는 16번 홀(파4). 그레이스는 뼈아픈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스피스는 짜릿한 버디를 보태 순식간에 3타 차가 됐다.
2개 홀을 남긴 상황에서 그레이스와 존슨은 3언더파였고 스피스는 6언더파가 됐다. 17번 홀(파3·219야드)에서 6번 아이언을 잡은 스피스. 그런데 티샷이 심하게 밀려 슬라이스 구질이 되면서 오른쪽 갈대숲으로 갔다. 50㎝ 퍼트마저 놓쳐 더블 보기로 2타를 잃었다. 그레이스는 파 세이브를 했고 뒷조의 존슨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스피스와 존슨이 4언더파로 공동선두가 되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남은 마지막 홀에서 이기는 자가 최종 승자. 18번 홀은 601야드, 파 5로 세팅됐다. 스피스는 페어웨이에서 287야드를 남기고 페어웨이 우드를 잡고 친 두 번째 샷을 핀 3m 앞에 붙였다. 이글 퍼트는 놓쳤지만, 가볍게 탭인 버디. 스피스는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고 존슨의 플레이를 여유 있게 지켜봤다. 존슨도 두 번째 샷을 스피스처럼 3m에 붙였다. 이글이면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맛보게 된다. 18번 홀 그린에 몰려든 갤러리들이 더 흥분했다. ‘버디가 보기 된다’는 말처럼 존슨의 이글 퍼트는 홀을 스치며 50㎝를 지나갔다. 연장전을 기대하는 순간, 존슨은 급한 마음에 엉성한 자세로 퍼트 자세를 취했고, 탭인 버디마저 놓쳤다. 3m 거리에서 3퍼트 실수가 나오면서 존슨은 파에 그쳐 1타 차로 공동 2위가 됐다. 스피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스피스는 21세에, 1923년 아마추어였던 보비 존스 이후 US오픈 사상 최연소로 정상에 올랐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와 함께 한 해 메이저대회 2개를 제패한 6번째 선수가 됐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